신지혜 시인의 뉴욕 시원詩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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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서시해외작가상 >수상작품 토네이도' 외 4편 / 신지혜
 신지혜    | 2019·01·19 15:27 | HIT : 99


<수상작품> 토네이도 외 4편


토네이도


대륙을 강타한 토네이도 너는 처음에 무화과나무 밑에서 부스스, 가느다란 실눈을 떴지 고요해서 숨이 막혀요 너는 이따금씩 울부짖었지 너는 마침내 홀로이 길을 떠났지 너의 가느다란 휘파람으로 들꽃의 울음 잠재워주곤 했지 나 자신이 누구야, 대체 누구란 말이야, 너는 외로움 씨눈 하나 빚었지 너는 천천히 스텝을 밟게 되었지 누군가 너를 상승시켰지 점점 격렬해졌지 벌판 들어 올리고 내려놓으며 바다 철버덕 내리치며 빙글빙글 도는 동안, 휘말리는 대지, 바다, 허공이 너에게 자석처럼 달라붙었지 네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지 루핑들이, 입간판들이, 너의 손을 잡고 달려주었지

너도 처음엔 아주 미세한 숨결이었어
무화과나무 그늘 밑에서 겨우 부스스 눈을 떴어
처음부터 토네이도로 태어나진 않았어

토네이도는 캔사스 주 들판을 송두리째 뒤엎고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할딱이는 가느다란 숨결은 나뭇잎 한 장 뒤집을 힘도 없이
어느 오후 공기의 대열 속에 틀어박혀 고요한 공기 눈알이 되었다
마치 한 사람의 격렬한 인생처럼, 치열하게 광란하던 한 시절만이
벌판의 전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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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모둠탕이 펄펄 끓는다




우주 모둠탕을 끓인다

한 가마솥에 산을 숭숭 썰어넣고
바다를 바가지로 넉넉히 쏟아 붓고 모듬탕 펄펄 끓인다
붉은 것, 푸른 것, 뾰족한 것,
파, 마늘, 깨소금, 후추
온갖 양념 다져 집어넣고
걸죽하게 끓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도 다듬을 필요없이 통째 집어넣고 끓인다
귀하다 천하다 더럽다 깨끗하다도 없이

잘 익고 있느냐, 산천아 새야 물고기야

한 솥안에서 뭉게뭉게 솟구치는 물질의 냄새
썩은 내 단내 맛없다 맛있다 할 것도 없이
보약이다 독약이다 할 것도 없이 푹 익힌다

인간이란 오만의 뼈도 무명벌레의 슬픔과 한데 뭉크러져 잘 끓고 있다

끓어라!

끓어야만 돌아가는 막무가내 우주 시스템
억겁 이전에도 끓었고 억겁 이후에도 펄펄 끓고 있을 이 가마솥 속에서
미완의 고장 난 퍼포먼스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여긴 오직 끓어야만 살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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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진화




뜰에 뿌린 제라늄꽃씨가
어느날 예서제서 얼굴들 뾰족이 내밀더니
그늘 한 장씩 거느린 채 도도하다

꽃들은 지구별 위에서 가장 맹렬하다
천둥 번개 치는 날에도 꽃들은 터진다
안개 자욱해도 꽃잎에 꽃술을 단다

꽃들은 영악스럽고 당차다 너풀거리는 그들 얼굴
들여다보면 무섭다
얼마나 많은 꽃들이 이 땅을 읽어갔을까
이 세상의 명암을 알아버린 후, 꽃들은
향기를 풀어 한 계절을 포박했다 그리고
꿀벌과 나비 떼 부르고
바람 불러 그들 존재를 널리 알렸다
소문이 번져 절벽 끝 무명초나 사막 선인장까지
그 소식 알아들었고, 열려있는 모든 귀가 알아듣고 함께 동조했다

꽃의 집단은 입을 모아 말한다
모래위에, 바람 속에, 안개 속에서도 우린
끝까지 쟁취해요. 거저 된 것 아무것도 없어요
내 얼굴화장과 득특한 향기 위해 때때로 공기의 빙벽에
무수히 갈비뼈를 찧으며 파란만장했습니다.
우리 꽃빛은 저마다 그 고통의 빛깔입니다

그의 얼굴인 꽃잎 속 암술수술들 보존키 위한
특이한 디자인은 그들만의 대물림 유전인자를 고초 끝에
진화시킨 결과이다

우린 꽃들에게 열광한다 갈채 보내며, 꽃앞에서 V자를 그린다
그럼에도 꽃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종래에
이 지구전체를 점령하고 우월한 종이라는 정복자의 깃발을 꽂는 것이다
그리하여 함부로 삶을 집적대거나 꺾어대는
오만방자한 사람들을 무릎 꿇리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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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치다




포크너 산속 어느 허름한 집
처마끝 매달린 풍경 하나가 요란합니다
어디서 온 바람인지, 전할 말 있다는 듯 뎅뎅 종을 칩니다
어찌나 그 음의 소리결 파문
허공에
오래오래 번지는지
박차오르는 풀숲의 새떼도 소리결따라 밀려가며 번집니다.
빽빽한 골짜기 나무들 일제히 한쪽으로 고개숙이고
머리칼 정갈하게 빗겨 번지는데
바위틈 그늘밑 잡초들도 귓바퀴 둥글게 열어 번지며
꽃들은 나무들에게
나무들은 달에게
달은 별들에게 천지사방 소리결 전합니다

산 아래 아득히 납작 엎드린 마을지붕들
힘들지, 일일이 머리 쓰다듬으며
따뜻한 파문이 번집니다

먼저 출발한 둥근 파문의 고리위로 뒤에 출발한 둥근 고리가
정연하게 뒤 따릅니다 어느 고리도 앞서거나 겹쳐지지 않고
제각기 도를 지킵니다.

저편 온 세상 벽을 치고 돌아온 고리들이
다시 어미 종 향해 한 줄 두 줄 되돌아옵니다.
종은 제가 낳았던 모든 소리를 다시 품에 받아안습니다

나 여기 살며 무심코 툭툭 내놓은 언행의 파문,
천지사방 한 바퀴 두루 돌아 내게 다시 귀환하는 것
풍경소리 듣고 깨닫습니다
삼라만상이 함께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
나 비로소 곰곰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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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문




나는 나의 가문에 프라이드를 갖습니다
아버지는 중앙시장에서 리어카 끌며 야채 팔아 나를 키웠습니다
타인 속이는 걸 가장 두려워했던 아버지는
마진없이 장사하였으며 저녁이면 파 썩는 냄새 막걸리 냄새 코를 쥐었으나
전대 속에선 늘 정직한 노동의 댓가가 절랑거렸습니다
어머니는 경동시장에서 옥수수 떼어다 삶아 머리에 이고 가가호호 골목골목
누볐습니다 목숨 내놓고라도 절대 어둠과 결탁하거나 비굴하지 않아
자존심 강한 어머니는 늘 가난이 괜찮다 하시며
밤새도록 끙끙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할아버지는 외진 골목어귀 굽은 허리로 온종일 구두수선 했습니다
양심과 정직은 돈이나 명예와도 바꿀 수 없다고
성품이 늘 대쪽같이 꼿꼿하고 강직한 할아버지 그렇게
평생 세상 가난 한 잎 한 잎 모아, 가훈처럼 마루 밑에
돈 항아리 묻어놓고 훌훌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전국팔도 선남선녀 짝지어주고
사람으로 왔으니 꼭 사람답게 사랑하며 살라고
서로의 눈에서 눈물나게 하면 안된다고
꼭 한 말씀씩 꼭꼭 쥐어주고 옷이나 쌀 받아왔습니다
이 분들 모두 자기 생 최선 다했으며 타인가슴에
못 치는 일 없이 선하게 사셨습니다
경전 읽은 적 단 한 번도 없으나
이 세상 팔만대장경 한 복판 정도를 뚜벅뚜벅 걸어가셨습니다
나 이분들 닦아놓은 토대 위 태어나
단 한 번도 내 조상님들 욕되게 한 적 없습니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늘
내 든든한 후원자 되시며 나를 프라이드로 알고계신 분들이십니다
내 가문은 참말 아름다운 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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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신지혜

때때로 삶에 무릎이 꺾이거나 힘겨운 시련이 있었던 시절, 마치 이 세상에 잘못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우울한 시절들이 있었다. 생이 과연 무엇인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것이 나를 뒤흔들었다. 도서관을 내집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며 불온한 책장 같은 수많은 날들을 넘기며 외로운 두타행을 했다.

나는 늘 세상과 불협하는 존재였고, 고정관념에 순종하지 않았으며 정신의 자유를 외치는 고독한 저항아였다. 나는 어떤 규칙에 얽매이거나 강요된 인습에 익숙치 못했다. 그 시절, 문학이 오직 나의 유일한 출구였다. 하여 꿈속에서조차 시를 쓰곤 했다. 나는 지금까지 수행자처럼 묵묵히 그 길을 가고 있질 않은가.

올곧은 정신으로 민족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한 윤동주 시인의 나침반 같은 ‘서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에 매료된 적 있었다. 그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씻어주는 큰 별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의 상을 받게 되다니!

감사한다. 윤동주 시인의 이름에 결코 누가 되지 않도록 더욱더 치열한 정신으로 끊임없이 나를 성찰하고 이 세상을 관조하며 뚜벅뚜벅 시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오늘따라 맨해튼 40번가 가을창공으로 흰 구름 떼가 축하연이라도 베풀어주는 걸까. 지상에 없는 꽃을 자유자재 빚어내며 만개한다. 나도 나비처럼 내 무게없이 가뿐하게 걷는다.

이처럼 귀하고 뜻깊은 상을 제정하여주신 계간 『시산맥』 과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위원회, 광주일보에 감사드리며, 부끄러운 시를 선해주시고 힘내라, 격려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올린다. 또한 말없이 나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이 세상 모든 도반님들과 아낌없이 적나라하게 품 열어 속속들이 보여주시는 대자연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사실 모든 것은 그들 은덕이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겸허히 옷깃을 여미며 자유로운 노마드의 행보를 다시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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