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의 뉴욕 시원詩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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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멍요일-박남희
 신지혜    | 2018·01·03 15:11 | HIT : 1,120 | VOTE : 264
오피니언 > 사설



〈시와의 대화>멍 요일-박남희(66). 


멍 요일


 


박남희



오늘은 멍요일이다


어젯밤 말 안 듣는 아들을 심하게 때리고
내 가슴에도 멍이 들었다
오늘 아침 아들 종아리에 난 멍자국을 들고
파주 낙원공원묘지 아버지 산소를 찾아간다






 



그동안 나를 키우시며 멍들었을
아버지의 멍자국을 만져보러 간다


무덤 위에는 어느 새 풀들이 무성하다
바람은 무덤위의 풀을 흔들고
자꾸 내 마음을 흔들어 댄다


바람 속에 까칠한 멍자국이 보인다
세상에서 흔들리는 너무 많은 것들에게
더 이상 흔들리지 말라고 붙잡다가 생긴
멍자국을 가지고 저 바람은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의 무덤은
당신의 멍을 하늘로 밀어올리며
푸르게 푸르게 무성하다


나는 가지고 간 아들의 멍자국을
아버지 무덤에 가만히 대어본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푸른 멍이
반갑다고 반갑다고 서로 몸을 비비는 지
감촉이 까실까실하다


 


 


************
 
신 지 혜
  시인


 


  이 시에 가슴이 뭉쿨해져서 공연히 가을 아침 하늘을 올려다본다. 푸른 멍자국의 아픔을 짚어본다.


 이시는 말한다. 사는 게 멍 투성이 아닌가. 아버지가 자식에게,자식이 아버지에게 멍을 만들며 삶의 배면을 푸른 멍으로 온통 펄럭이는 생의 계보를 아름답게 유추한다.


 '어젯밤 말 안듣는 아들을 때리고 내 가슴에도 멍이 들었다'고 하는 시인의 가슴 속을 적시는 부정의 아프고도 따스한 멍울은 곧 돌아가신 아버지를 깊은 이해와 관용으로 혜량 함으로써 생의 고리를 궤적의 하나로 연결되고 융화됨을 감지한다. 또한 그 많은 멍들이 한 생을 부대끼며 키우는 것이라 시인은 들려준다.


 이 아름다운 시는 숨겨진 사랑과 진실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한다. 아픔과 아픔의 부대낌으로 출렁이는 멍투성이 바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마침내 멍으로 환해져서 진솔하고 따뜻한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푸르른 삶의 표정들에 익숙해져서 잔잔하고도 따뜻한 감동의 시선으로 인생의 뿌리를 매만지며 저절로 환해지게 한다.


 박남희 시인은 경기 고양 출생. 경인일보 신춘문예(1996) 시당선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1997)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폐차장 근처'가 있으며, 평론집 '탈주와 회귀 욕망의 두 거점-장정일론'등 다수가 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5.08.29. 17:51


신문발행일: 200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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