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의 뉴욕 시원詩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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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신지혜 시인의 [토네이도]-[문학과창작] 2018년 봄
 신지혜    | 2018·01·05 15:22 | HIT : 1,350 | VOTE : 461


박제천/ 신지혜 시인의 [토네이도]


미국에서는 해마다 8백여 개가 발생할 정도로 토네이도가 잦다.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며 하늘로 솟아오르는 회오리바람을 보면 저절로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미약함을 동시에 느끼게 마련이다. 신지혜 시인은 그 토네이도를 모티브로 삼되, 아마도 ‘태풍의 눈’에서 착안한 듯 바람의 눈에 초점을 두어 바람의 한 생을 짚어낸다. 이 작품에선 특히 “무화과나무 밑에서 부스스” 실눈을 뜬 토네이도가 “숨이 막혀” “나 자신이 누구야, 대체 누구란 말이야” 외로움을 키워나가, 대지며 바다며 허공이 자석인양 달라붙어 점점 몸이 부풀어오르는 시각적 묘사가 압권이다. “캔사스주 들판을 송두리째 뒤엎고 스스로 숨을 거두”고 마침내 “나뭇잎 한 장 뒤집을 힘도 없이/ 어느 오후 공기의 대열 속에 틀어박혀 고요한 공기 눈알이 되”는 토네이도의 일생은 “마치 한 사람의 격렬한 인생처럼” “벌판의 전설”이 된다. 시인이 묘파한 바람의 영웅담이다.... 근래에 내가 작품화한 장자의 ‘땅의 바람소리地籟’처럼 세찬 바람이 그치면 세상은 그 바람의 유유자적을 볼 뿐이다. 2002년 등단해 뉴욕에서 활동중인 신지혜 시인의 작품은 언제 보아도 역동적이고 상상력의 증폭이 강해 인상적이다. [문학과창작] 2017년 겨울호에 수록된 작품이다. 스케일이 큰 시인의 [우주 모듬탕이 펄펄 끓는다]는 작품도 같이 수록돼 있다. 요즘에는 이렇듯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걸 낙으로 삼는 나날이다. 세상에는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힘이 닿지 않아 그저 내 가까이에서만 찾아내게 되는 게 좀 유감이다. 

 

대륙을 강타한 토네이도 너는 처음에 무화과나무 밑에서 부스스, 가느다란 실눈을 떴지 고요해서 숨이 막혀요 너는 이따금씩 울부짖었지 너는 마침내 홀로이 길을 떠났지 너의 가느다란 휘파람으로 들꽃의 울음 잠재워주곤 했지 나 자신이 누구야, 대체 누구란 말이야, 너는 외로움 씨눈 하나 빚었지 너는 천천히 스텝을 밟게 되었지 누군가 너를 상승시켰지 점점 격렬해졌지 벌판 들어 올리고 내려놓으며 바다 철버덕 내리치며 빙글빙글 도는 동안, 휘말리는 대지, 바다, 허공이 너에게 자석처럼 달라붙었지 네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지 루핑들이, 입간판들이, 너의 손을 잡고 달려주었지

너도 처음엔 아주 미세한 숨결이었어
무화과나무 그늘 밑에서 겨우 부스스 눈을 떴어
처음부터 토네이도로 태어나진 않았

토네이도는 캔사스주 들판을 송두리째 뒤엎고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할딱이는 가느다란 숨결은 나뭇잎 한 장 뒤집을 힘도 없이
어느 오후 공기의 대열 속에 틀어박혀 고요한 공기 눈알이 되었다
마치 한 사람의 격렬한 인생처럼, 치열하게 광란하던 한 시절만이
벌판의 전설이 되었다


---신지혜 시인의 [토네이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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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선생님의 facebook/문학과 창작 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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