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의 뉴욕 시원詩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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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코리아신문]칼로 사과를 먹다/황인숙.
 신지혜    | 2008·09·24 08:08 | HIT : 3,941 | VOTE : 318

 

『보스톤코리아신문』


[시가 있는 세상]



칼로 사과를 먹다




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깔끝으로
한 조각 찍어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면
가슴 아픈 일을 당한대."
언니는 말했었다.


세상에는
칼로 무엇을 먹이는 사람 또한 있겠지.
(그 또한 가슴이 아프겠지)


칼로 사과를 먹으면서
언니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떠오르고
아아, 그때 나,
왜 그랬을까.....


나는 계속
칼로 사과를 찍어 먹는다.
(젊다는 건,
아직 가슴 아플
많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데.
그걸 아직
두려워한다는 건데.)

************************************
마음은 누구나 연해서 상처받기 쉬운 것, 혹여 '내가 칼로 무엇을 먹인 사람들'이 있었던가. 이시가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예리한 상흔을 남기며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지는 않았는가를.  

황인숙 시인은 서울 출생.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자명한 산책><리스본行 완행열차>외 다수 시집 및 산문집. 동서문학상,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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