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시인의 뉴욕 시원詩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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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학]모나드의 우주적 무늬들.....신지혜.
 시원  | 2006·08·26 04:26 | HIT : 4,751 | VOTE : 398

[시인의 詩話/ 신지혜]---------2006년 8월호.현대시학


 밑줄 외 9편.


모나드의 우주적 무늬들
                                                    
                                                                            신 지 혜



 
 어느날, 뉴스 지와 매스컴 전면을 장식하는 전쟁 사진들, 들것에 실려가는 만신창이 병사의 눈물, 그리고 또 어느날은 에테르보다 더 가벼워 보이던 매혹적인 구름들이, 성난 허리케인으로 돌변하여 인간의 마을을 습격한다. 그리고 잠자던 지층을 갑자기 뒤틀고 일어난 지진이 예측불허로 고요한 한밤을 덮친다. 이 지상은 늘 가혹한 인위적 재난들과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인류는 오직 원 웨이로 오토매틱 작동된다. 불온한 역사가 회전한다. 미샤 고댕<사진>의 고뇌하는 군중들은, 천년 전에 고뇌했던 시간의 얼굴을 다시 재생한다. 오늘은 무한 반복으로 재생되고 천년 전의 시 역시 패턴만 달리 했을 뿐, 프렉탈적 감성의 루트를 어김없이 재생한다. 남루한 니힐의 옷을 위장하고 펄럭이면서, 혹은 절규의 눈물 한 방울 속에서 지구 축이 맥없이 기울어지고, 트리에 장식했던 희망의 기표들이 속수무책 떨어져 내린다. 지구의 향방을 알 수 없으나, 밤낮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켜지고 꺼진다.


 거리의 인력시장에서 하루 하루의 목숨을 이어가던, 과테말라 출신 훌리오가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베이글 빵 봉투를 안고 그의 적막한 집으로 돌아온다. 흰 달빛 분말이 그의 창문에 가득 쌓인다. 그간, 성실한 노동자였던 루시아노는 자기나라로 돌아간다고 한다. 과테말라에 병든 아버지가 눈에 밟혀 도저히 걱정으로 견딜 수 없기에 돌아간다고 한다. 아, 그에게 돌아갈 곳이 있었구나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왈칵 솟는다. 하루 100달러의 노동으로 황금을 캐던 그에게 있어, 더 이상 불법체류의 고단한 하루는 환상적 드림으로 그를 붙잡아 세우지 못한다. 그는 마음가는 향방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가 떠나올 때처럼 누구도 자유인인 그를 붙잡지 않는다. 그것이 구름들끼리의 법칙이다.


 내가 살고 있는 리지필드 도심 한 복판 도로 옆에는 공동묘지가 있다. 채 한 뼘도 거의 허락되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묘비명들 아래 죽음은 평평하다. 죽음을 간편히 극복하기 위해 종교가 다투어 문을 연다. 도로위 질주하는 차량들, 사람들, 산 자와 죽은 자들이 그림처럼 공존한다. 죽음을 학습하는 곳이다. 제아무리 부와 명예를 포대에 가득 담아도 결국은 지상의 것일 뿐 어느 것 하나도 지닐 수 없는 무소유임을 이곳에서 배운다. 이곳 묘지 주변의 집들은, 살아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한 死者들이 산 사람을 수호해준다는 문화적 믿음이 뿌리박혀 있어, 실제적으로 묘지 주변 부동산들은 날개 돋친 듯 더 빠른 속도로 팔려나간다. 문화적 인식의 차이다.
 한 뼘도 안 되는 묘비와 묘비사이, 한 생각이 스친다. 천둥 벽력치는 확철대오(廓徹大悟)를 위하여, 名山의 나무들 거주지를 빼앗아야 쓰겠는가. 인류를 먹여 살리고 결 고른 숨소리로 푸른 마음을 남김없이 보급하는 나무들, 그리고 그의 뼈와 피륙인 종이에게 누를 범해서야 쓰겠는가. 인간보다 긴 수명을 가진 이 별의 주인에게 명터를 빼앗아 뿔 달린 고요 몇 마리를 길들이는가.
 나의 사찰은 죄스러워 아예 내 마음속에 짓기로 한다. 삼대천과 뒹글며 노니는 조용한 종이사자 몇 마리 방목할 것이다. 또한 내가 한 생각을 일으켜, 우주 한 알을 롤리 팝 캔디처럼 녹여 먹을 것이다. 


 내 안에 테러가 있다면 그것은 시다. 시는 나의 유일한 목격자며, 연인이며, 한결같은 선의의 미행자다. 시는 나의 정신을 위무하고, 치명적 중독성으로 나를 마비시킨다. 시는 나로 하여금 무변광대한 우주 너머를 넘나들게 한다.
 
 나는 여전히 고독한 수행자다. 내 안을 나투며 춤추는 원소들, 열광하는 모나드의 우주적 무늬들을 만난다. 존재와 비존재(being or not being)의 소리없는 주름이 가만히 접혔다 펴지는 것을 조응한다. 나는 꿈꾸는 혁명가이며, 성실한 블랙스미드다. 나는 그간, 시라는 이유만으로, 몇 톤의 종이를 내다버렸다 또 다른 얇은 나무의 몸들에게 죄스럽고 오체투지로 감사한다. 그럼에도 空한 것 위에 空을 짓고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이, 가장 뜨거운 것이, 시임을 되새긴다. 그것이 그림자처럼 쓸쓸하고 매혹적인, 나의 황홀한 놀이다.


 


 


-[현대시학]신작소시집-2006.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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